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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27

내가 고백을 하면

시작부터 끝까지, 이렇게 반가운 마음이 가득 들었던 영화는 아마 처음인 것같다. ‘힐링캠프’라는 프로그램이 생긴 이후였나? 아니면 그 전부터였던가? ‘힐링’이라는 단어가 여기저기서 나온다. 티비를 틀어도, 잡지를 봐도, 라디오를 들어도 내 입에서도 자꾸만 힐링타령. 예쁘고 포근한 단어지만 그 말이 자꾸 나온다는 건 결국, 나도 다른 사람들도 모두가 치유받길 원할만큼 메마르고 각박하게 살고있나싶어 씁쓸해지기도 한다. 제목에도 시놉에도 대사에도 그 어디에도 힐링이라던가 치유라던가 하는 말은 찾아볼 수 없지만, 이 영화를 보고 ‘이런 게 힐링인가’에서 시작해 ‘아, 좋다..’하며 편안해졌다. 매일같이 딸기향섞인 가짜 딸기아이스크림만 주구장창 먹다가 딱 좋게 익은 딸기를 통째로 갈아만든 생과일쥬스를 마신.. 말..

STORY 2015.08.14

우연히 たまたま

또 한 편의 아오이유우 출연작. 드라마 ‘카무플라쥬’만큼이나 아오이유우가 이끌어가는 작품이다. 영화는 아오이유우의 인터뷰형식을 빌어와서 처음부터 끝까지 그녀만의 독백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니, 일본영화 특유의 잔잔한 서정적인 분위기가 익숙치 않은 사람들이라면 분명 5분마다 질려버릴듯. ‘타마타마 たまたま’의 사전적인 정의까지는 모르겠지만 보통 ‘어쩌다, 우연히’ 라는 의미로 사용되는 일본어. 영화를 관람해본 결과, 이 영화에서 제목으로 사용된 의미도 ‘우연히’로 해석되지 싶다. 영화의 초반에는 아오이유우가 연기하는 여주인공이 만나게되는 사람들, 그 사람들의 상대역이 되어주는 여주인공의 모습들을 보여준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 어떨 때는 두근거리고 기쁘고, 어떨 때는 불안하고 무섭기도 했던 여주인공. 그 과정..

STORY 2015.08.14

만추 晚秋

“한 여자와 한 남자가 만난다. 조금씩 가까워져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진다.” 여기까지는 대부분의 영화가 비슷한데, 그 두사람의 결말을 어디까지 보여주느냐에 따라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나아가 장르까지 바뀌는 건지도 모른다. “알콩달콩 연인이 되었습니다”라거나 “많은 이들의 축복속에 결혼을 하고 가정을 이루었습니다”로 영화를 끝내는 게 대부분의 로코. 재밌는 건, 기억에 남는 멜로영화는 하나같이 두 사람이 만나서 감정이 깊어지는 부분까지만 보여주고 결말에서는 두 사람이 헤어진다는 것. 이후 다시 만날 수 있을 지 없을 지 절대 알려주지 않는.. 내 기억의 정통멜로는 죄다 그런 불친절한 영화였다. 이 영화, ‘만추’처럼. 개봉 당시 워낙 현빈이 ‘시크릿가든’으로 인기를 구사할 때라 그의 출연이 더 화제가 ..

STORY 2015.08.14

츠레가 우울증에 걸려서 ツレがうつになりまして。

내가 바퀴벌레같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아니, 어쩌면 바퀴벌레보다도 못한 존재일지도 모른다고 느꼈었다. 단 한 사람에게서, 또는 그 소수의 몇 사람에게서 그런 뉘앙스의 말을 들었을 뿐인데도 마치 세상 모두가 나에게 넌 세상에 필요없는 존재라고 말하는 것같았다. 없는 것이 더 좋은, 그런 존재. 누구나 한 번쯤은 그런 경험이 있지 않을까?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또는 어떠한 사건으로 인해서, 그게 자주이든 어쩌다 가끔이든 적어도 한 번쯤은 ‘내 존재의 필요성’을 가지고 이런저런 결론을 내려버릴 때가 있겠지. 이 영화 ‘츠레가우울증에걸려서’는 그런 시기를 겪었던, 그리고 겪고있는 남편과 그 아내의 이야기다. 한가로운 주택가에 위치한 고풍스럽고 수수한, 그래서 정겨운 집에서 이구아나 한 마리와 함께 살고..

STORY 2015.08.13

사랑한다 사랑하지않는다

두 번 보게된 이 영화. 처음 봤을 때는.. 자꾸만 옛 남자친구와 겹쳐서 엔딩크레딧 올라가자마자 극장을 뛰쳐나와 급히 소주집을 찾았다. 분명 엔딩은 비극이 아닌데도 - 그렇다고 해피엔딩도 아니지만 - 급 우울해지는 그 기분을 주체할 수가 없었거든. 영화의 남자주인공은 분명, 그 때 그 사람과 참 닮아있었다. 답답했다. 도무지 속을 알 수 없는 그 남자. 영화 속 대사처럼 "참 나이스한 사람"인건 분명한데,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를 좀처럼 보여주지 않는. 어쩌면 그래서 더 끌리는지도 모르지만. 내 과거사는 제껴두고, 관객의 입장에서 영화를 보고있자면 내내 답답하기만 하다. 재미있는 영화가 되려면 뭔가 사건이 있어야하는데 이 영화에서 사건은 없다. 상황만 있다. 바람난 와이프와..

STORY 2015.08.13

8일째매미 그리고 주마등주식회사

한 남자와 두 여자. 한 여자는 남자와 부부가 되어 아이를 낳고, 한 여자는 그저 타인으로 남는다. 하지만 그 남자를 못 잊어서인지 그 부부를 시기해서인지 아이를 훔쳐 와 키운다. 친엄마 못지않은 강한 모성애로. 가당키나 한 소리인가 싶지만 최근 이런 설정으로 만들어진 이야기를 두 편이나 봤다. 영화 '8일째매미'와 드라마 '주마등주식회사'의 첫번째 에피소드는 똑같이 태어나 점점 다른 인생을 살게되는 일란성쌍둥이같은 이야기들이다. 영화 '8일째매미'의 주인공과 드라마 '주마등주식회사'의 첫번째 에피소드의 주인공. 갓난아기일 때 같은 일을 경험했지만, 그 사건 이후의 삶은 아주 다른 두 사람. 당연히 두 작품의 엔딩도 정반대의 분위기. 영화는 휴먼드라마, 드라마는 심리스릴러. 그래서인지 '8일째매미'가 더..

STORY 2015.08.12

유레루 ゆれる

흔들거리는 다리의 추억, 흔들거리는 다리에서의 사건, 흔들거리는 기억. 나에 대한, 그에 대한, 우리에 대한, 그 사건에 대한 거짓과 진실. 유레루 ゆれる-흔들리다, 진동하다 혹은 동요하다, 갈팡질팡하다. 대부분의 영화들은-아무리 좋은영화라도- 영화 속의 중요한 대사 몇 줄이면 대충 파악이 된다. 물론, 유레루라는 이 영화도 마지막 타케루의 몇 마디를 적으면 내용을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지만, 이 영화는 직접 봐야한다. 관객의 눈으로, 그들의 눈을, 직접 마주해야 한다. 영화의 주제파악이라던가, 감상이라던가, 그런 문제가 아니다. 타케루와 미노루와 치에의 그 눈을 봐야만한다. 처음, 이 영화를 발견하고 막 다운받았을 때만 해도 나는 오다기리가 주인공인 로드무비쯤 된다고 짐작했었다. '빅 ..

STORY 2015.08.12

전도 前度

공항에서 시작하는 이 이야기는, 담백하다고 해야할지 씁쓸하다고 해야할지 달콤하다고 해야할지 곤란해진다. 그래도 분명 꼭두새벽부터 부랴부랴 리뷰를 쓰겠다고 달려들어 노트북앞에 앉아있는 내 모습을 보아하니.. 꽤나 마음에 들었다는 말이겠지. 나와 취향이 비슷한 누군가라면 다른 그 어떤 영화보다도 이 영화를 먼저보라고 강추할테다. 워낙 기대없이, 정보없이 본 영화였기 때문일까? 여기저기 광고해댔던 로맨틱코미디장르의 한국영화들보다, 또 한 편의 전설이 된 시리즈물 트와일라잇 브레이킹던보다도 훠~얼씬 만족스러움. 아,흐뭇해. 왼 쪽의 여성이 뒷좌석남자의 현재 애인, 오른쪽의 여성이 옛 애인이다. 그리고 분명히 이 영화는 오른쪽여성의 시점에서 저 남자를 비롯한 지나온 사랑들을 되뇌인다. 질척이지 않게, 청승맞지 않..

STORY 2015.08.12

플라워즈 フラワーズ

캐스팅만으로도 '80점은 채워지는 영화이겠구나'싶었다. 특히 아오이유우라는, 바로 그 여배우가 출연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보고싶어서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너는 왜 우익인거니..? - 영화를 보고난 지금, 왜 이 쟁쟁한 일본의 여배우들이 출연했는지 알겠다. 이 영화, 좋다. 플라워즈 (2011)Flowers 7.4감독코이즈미 노리히로출연아오이 유우, 히로스에 료코, 타케우치 유코, 스즈키 쿄카, 타나카 레나정보드라마 | 일본 | 109 분 | 2011-05-19 한동안 아오이유우의 신작영화를 좀처럼 보지 못하고 있었다. 왜인지 국내에서는 개봉도 안하고 말이지. 그러다가 우연히 이 포스터를 봤다. 우리나라의 여배우들이란 영화만큼이나 쟁쟁한 캐스팅. 그리고 그 중심에 아오이유우. 사실 처음에는 무슨 공포영화인가..

STORY 2015.08.12

타이페이카페스토리 第36個故事

요즘은 명동이며 강남같은 번화가가 아니더라도, 우리집 구석진 골목에조차 삐까번쩍한 대형커피체인들이 들어서있다. 하나같이 세련된 인테리어에 재즈음악, 스타벅스의 감성마케팅과 한국적인 정서의 조합이라나. 확실히 편하긴하다. 별다방 콩다방은 물론이고 천사다방과 카페베네까지. 이름만 다르지 메뉴도 엇비슷, 분위기며 가격도 엇비슷. 처음 간 체인점이라도 익숙하게 내가 좋아하는 커피를 주문해서 편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지. 그런데, 사실 난 그런 체인점들보다 옛날 골목골목에 숨어있던, 가끔은 촌스럽고 가끔은 경박했던 그런 카페들이 더 좋았다. 주인이 누구냐에 따라 인테리어도 다르고 음악도 다르고 당연히, 커피의 맛도 확연히 달랐던 그런 카페들. 이 영화, 타이페이카페스토리에 나오는 계륜미의 카페처럼. '말할수없는 ..

STORY 2015.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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