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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33

무단침입 경고문이 붙은 골목길

꽃샘추위가 찾아 오기 전, 바람이 유난히도 따땃하길래 후드뒤집어 쓰고 돌아다닌 날. 생전 처음 온 동네라 어딜가도 마냥 신기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신선(?)한 광경이 있었으니 어딘가 고즈넉하고 비밀스러운 분위기를 물씬 풍기길래 나도 모르게 한 걸음씩 들어가게 된 어느 골목. 멀리 보이는 맨션의 글씨도 정겹고, 높다란 시멘트벽까지도 운치있다고 느끼면서 점점 안쪽으로 안쪽으로 들어갔다. 모퉁이에 고이 심겨져 있던 이름모를 나무. 자세히 가서 봤더니, 역시나 이름모를 빨간 열매가 앙증맞게 매달려있더라. 언제나처럼 먹고싶다는 충동에 휩싸였지만 가까스로 참아내고 지나쳐 더 깊은 골목 안쪽으로 빨려들어감. 우왕.실제 육성으로 "우와아~"했다. 조금 더 사진을 잘 찍는 사람이, 조금 더 좋은 카메라로, 조금 더 좋..

DAILY 2015.03.10

동서울터미널의 첫인상

매번 강남터미널만 가다가 처음 동서울터미널에 갔던 날. 사진기록을 보니 2010년이네. 센트럴은 말할 것도 없고 경부선타는 그 곳과도 사뭇 다른 분위기가 신선했다. 남부터미널과 비슷한 듯 하면서도 그보다 훨씬 넓고, 구조도 뭔가 복잡한 곳. 이후 명절때마다 강남은 당연히 포기하고 혹시나 싶어 몇 번 동서울터미널을 찾아갔으나 매번 강변역을 나오자마자 압도되는 인파에 쓸쓸히 발길을 돌리곤 했다. 강변역에서 내려와 횡단보도를 건너 입구로 들어오면 1층의 대합실. 약국도 있고, 던킨이랑 편의점이랑 이것저것 많다는. 승차장이라고 하던가? 버스타러 가는 곳에 있는 간이서점. 대부분 잡지류를 많이 팔고, 소설이나 다른 책들은 볼만한 게 없더라. 어느 도시의 터미널이든 이런 가판은 대부분 있는 것같던데 한 번도 여기서..

DAILY 2015.03.10

사러가슈퍼 그리고 월드베이커리

여기가 아마.. 신림1동에서 9동으로 넘어가는 어딘가였다. 겨울밤에 뚜벅뚜벅 걷는데, 골목도 간판도 왠지 예뻐보여서 취한 듯이 핸드폰을 들어 찍어 둔 사진. '사러가 수퍼' 정말이지 마음에 쏙 드는 가게 이름. 간단명료하면서도 참으로 인상적이다. 간판 아래에 달려있는 알록달록한 차양까지도 사랑스러웠다. 이 날, 내가 기분이 좋았나? 골목쪽으로 나 있는 작은 입구. 아마도 저 밀대에 달린 걸레는 꽁꽁 얼어있었을 거다. 엄청 추웠거든. 이제보니 여기는 수퍼가 아니라 슈퍼네. 왜지? 사러가슈퍼 옆의 월드베이커리. 빵집 앞에서 빵 사먹을 생각은 않고 그저 예쁘다며 또 몽롱해짐. 파리바게뜨, 뚜레쥬르같은 브랜드만이 살아남는 이 시대에 어쩌다 가끔 동네에서 이런 빵집을 볼 때면 참 반갑다. 아쉽네, 빵 사먹어볼껄.

DAILY 2015.03.08

부산, 1%의 커피와 길고양이

한 달 전쯤 갔던 곳인데 부산의 어느 동네인지 기억이 안난다. 바로 앞에 홈플러스가 있었다는 것과 매우 추운 날이었다는 것, 그리고 크로크무슈가 맛있었던 기억나는 1%의 커피집. 카운터 바로 앞 자리에 앉아서 왜인지 가방 안에 있던 똑딱이로 찍어대기 시작함. 옆 건물에 볼 일이 있었는데 약속시간 30분을 남기고 너무나도 배가 고파 참을 수가 없던지라 과감히 모닝세트를 시키고는 찰칵거림. 카운터.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진열대는 텅 비어서 눈요기할 케이크가 단 하나도 없는 게 아쉬웠다. 카운터에 떡하니 박힌 1%는 가게의 거의 모든 곳에 도배되어 있다. 요렇게. 상위 1%의 커피라고 자꾸만 강조하니 오히려 반감이 들기도. 커피 맛도 인테리어도 딱히 그런 느낌은 아니던데;; 직원분이 친절했고 모닝세트가 저렴한..

DAILY 2015.03.07

진주 경상대 후문 2011

2011년 여름 진주에 갔다가 경상대 주변을 얼쩡거림 다양한 토스트와 순대볶음으로 유명한 경대후문 굴다리. 굴다리를 지나 오른쪽으로 걷다 보면 나오는 철도 옆 오솔길. 기숙사였던가. 학교 안에 철길이 있다. 실제로 기차가 지나간다. 신기방기. 기차가 다가오면 경적울리면서 저.. 막대기? 같은 게 내려간다는. 정체모를 검은.. 아마도 술집. 그냥, 예뻐서. 이태원쪽에 있는 빌라가 생각나던 기숙사건물. 몹시 사랑하는 '예쁜' 철조망. 요즘은 하나같이 감옥 쇠창살마냥 만들어놔서 살벌한데, 요런 거 좋다. 여름방학기간이었던지라 학생들이 별로 없어 마음대로 휘젓고 다녔다. 여기는 인문대 3층. 캠퍼스가 꽤 넓어서 이 주변만 어슬렁거렸다. 건물도 많아. 마녀가 타고 다니게 생겼던 빗자루. 공중전화. 누군가, 아직도..

DAILY 2014.09.05

시장에 가면

날씨좋다며 룰루랄라 장보러 갔다가 뜬금없이 떨어지는 빗방울에 깜놀. 후드점퍼 안 입었으면 어쩔뻔;; 요즘 정말 봄날치고 해괴망칙한 날씨가 계속되고 있네.. 암튼, 시장에 가면! 내가 좋아하는 족발도 있고, 좀처럼 손이 안가는 물렁뼈붙은 돼지살(?)도 있고 인정많은 족발아저씨도 계시고, 애기를 데리고 아가를 안고 족발아저씨와 흥정하시는 아낙도 계시고, 상추며 봄나물을 가지고 나오신 할머님도 계시고, 해산물파는 아저씨들과 살지 말지 망설이시는 아주머니들도 계시고, 꽃도 있고1 꽃도 있고2 인삼? 산삼? 수삼? 이름을 알 수 없는 뿌리들도 있고, 보기만 해도 달달한 말린 대추도 있고, 과일박스에 담겨진 들기름? 참기름?도 있고, 우리엄마한테 지어다 주고 싶은 한약재들도 있고, 근래 들어 가장 신선한 네이밍을 ..

DAILY 2014.09.05

키우지 못하니 사진이라도 찍자

전부 다 때려 치우고 시골의 작은 집에서 강아지 키우면서, 오가는 고양이들과 산 새들 밥도 주고 하면서 살까하는 생각. 하지만 언제나 결론은 조금만 더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다가 엄마 나이즈음 되면.. 그 때 다시 생각해보자로 끝남. 용기가 없는 걸지도. 엄마가 시골집에 살 때, 아침에 일어나면 현관 앞이라고 해야하나.. 거실에 있는 전면창 앞으로 온갖 새들이 모여들었다. 부시시한 정신으로도 엄마는 반드시 모아 둔 잡곡들을 나눠주러 나가고. 좋았지. 수안보의 한 편의점에서 기르던 얼룩박이 개 한 마리. 얘도 달마시안 이려나? 아니려나? 얼마전에 다시 갔을 때는 보이지 않아 아쉬웠다. 날개짓 한 번으로 어마어마한 양의 세균을 떨어뜨린다는 비둘기. 출퇴근 길에 인도에서 만나면 멀리하지만, 공원에서 만나면 왠지..

DAILY 2014.09.04

충주시 무학시장? 공설시장?

작년, 충주의 시장을 돌아다니면서 찰칵거렸던 사진들. 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가면 무학시장과 공설시장이 한 정거장 차이인지라.. 이 장소의 정확한 명칭을 모르겠다. 그냥 여느 소도시에나 있을 법한, 뚜껑..이 아니라 지붕달린 그런 시장. 꽤 넓더라. 유난히 수선집이 많더라. 세탁소말고, 리얼 수선집. 여기는 옷수선도 하고, 다림질 하는 분도 계셨고, 구제옷도 걸려 있었고. 어딘가에는 멀티플렉스며 새로 생긴 가게들이 멀끔하게 있던데,대부분은 이랬다. 내가 좋아하는, 옛날 뒷골목 느낌. 다방은 그래도 아직 지방에 가면 꽤 자주 볼 수 있는데,다실은 처음이었다. 신선해. 싸다. 못먹고 온 게 아쉽다. 항상 궁금하다. 경남슈퍼라던가, 충주한의원, 서울세탁소 라는 식으로가게이름으로 지명을 넣는 건.. 사업주가 그..

DAILY 2014.09.02

신림동 고시촌 옆동네

몇 년전에 신림동에서 2년 가까이 살면서 여기저기 꽤 많이 돌아다녔다. 그래서 그 동네는 대충 다 가봤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곳이 있는 줄은 몰랐네. 아마도, 조만간 재개발 되겠지.. 좋은걸까, 안좋은걸까. 대충 어떤 분위기의 술집인지 느낌이 확 오는 외관과 간판. 그리고, '억만불'이라는 화끈한 네이밍. 버스정거장에서 저 한의원건물을 보고 홀린듯이 이 골목으로 들어왔다. 조금 지저분하더라도, 오래된 건 무조건 좋아하니까. 건물이든, 물건이든 뭐든. 모텔아니고 여관. 어릴 때는 저런 갈색벽돌 건물이 참 많았는데.. 다 어디로 간걸까. 왠지 슬프다.여인숙은 방은 여러개인데 씻는 곳이 한 곳에 있으면 그건 여인숙인겁니다.. 그러니까 다른 투숙객들이랑 화장실을 같이 써야하는... 영어로는 게스트하우스(?)정..

DAILY 2014.09.01

강북구 번동의 가을

2011년 강북구 번동에서 보냈던 가을. 해방촌에서도 살아보고, 번동에서도 살아봤는데.. 이 쪽이 좀 더 산동네스러웠다. 그래서, 집 값은 조금 더 쌌고, 지하철을 타거나 버스를 타려면 조금 더 걸어야 했다. 그 본격적인 산동네에서 내려와 길을 건너면 나타나는, 번동의 아랫동네. 지날 때마다 궁금했던 집. 담장의 넓이로 봐서 정원이 어지간히도 넓다. 그리고 꽤나 오래되 보여서 자꾸만 대문 앞을 얼쩡거렸었다. 무슨 인테리어잡지 기자라던가 하면 용감하게 초인종을 눌러보기라도 했을텐데. 아직도 아쉽네. 아, 얘는 아마도 번동의 자랑 북서울 꿈의공원인가? 사슴있는 그 공원에서 만난 아이. 그러고보니 사슴한테 밥주며 찍었던 사진들은 다 어디갔지.. :( 아마도 이 동네는 재개발이 확정된 듯했다. 대부분이 밖에서 ..

DAILY 2014.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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